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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
Photo by Brooke Lark / Unsplash

점심을 배불리 먹은 후, 누군가 아이스크림을 꺼냅니다. “배불러도 디저트는 들어가잖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손이 가는 것, 왠지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문득 의문이 듭니다. 정말, 배는 부른데 왜 또 먹고 싶을까요?

사람들은 이를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말로 설명하곤 합니다. 포만감 이후에도 작동하는 욕구. 예전에는 식사 한 끼도 귀했지만, 이제는 포만을 넘어서 더 먹는 일이 자연스러운 시대. 우리는 지금, 충분히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먹고 있는 건 아닐까요?


포만감의 기준이 달라진 시대

과거의 포만은 한 끼 식사를 의미했습니다.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던 시절, '배가 부르다'는 말은 멈춤의 신호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지점이 달라졌습니다. 배가 불러도 후식은 따로 챙기고, 식사 이후의 디저트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한 습관을 넘어 일상적 과식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배가 부른데도 먹는 것’을 더 이상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기대하며 일상에 편입시켰습니다.

그렇게, 더는 배부름이 멈춤을 의미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배가 부른 그 순간부터, 또 다른 욕구가 작동을 시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포만 뒤 켜지는 단맛 회로

2025년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한 연구는 이 아이러니한 작동 방식을 설명합니다. 배부름을 느끼게 하는 POMC 뉴런이, 같은 시점에 설탕 욕구를 자극하는 신호도 함께 보낸다는 것입니다.

이 뉴런은 β-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을 방출합니다. 이 물질은 뇌의 특정 영역(PVT)을 억제하여, 우리가 단 음식에 대한 보상감을 평소보다 훨씬 강하게 느끼도록 만듭니다. 특히 이 회로는 식사 후 배가 부른 상태(fed state)에서 더 활발히 작동합니다. 연구에서 쥐는 이미 배가 부른 상태였음에도 설탕을 추가 섭취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입가심이 아니라, 포만 이후를 자극하는 생물학적 회로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배가 부르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단맛 앞에서는 다시 시작하도록 뇌가 배선(rewiring)된 것입니다.


비만을 부추기는 구조

오늘의 식탁은 이미 포만을 넘긴 뒤에도 단맛 신호가 켜지기 쉬운 환경입니다. 이 ‘식사→디저트’ 루틴의 반복이 에너지 과잉을 만들고, 그 흔적을 우리는 비만 통계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비만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7년 성인 비만 유병률은 31.7%였고, 2023년에는 37.2%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남성의 경우 45.6%에 달하며, 여성에 비해 확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데이터 출처: 질병관리청

물론 비만의 원인이 이 회로 때문만은 아닙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 SNS 속 끊임없는 음식 콘텐츠 등 식욕을 자극하는 환경은 무수히 많습니다.

우리가 비만을 피하려면, 단지 덜 먹는 것보다 먼저 어떤 욕구가, 어떤 경로로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부터 조금씩 거리를 두는 시도에서 변화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비만을 막는 일은 음식 앞에서의 결단이 아니라, 욕구가 만들어지는 조건을 되묻는 데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 나는 식사를 마친 뒤에도 무언가를 계속 찾게 되는 이유를 알고 있나요?
  • 나의 식욕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있나요, 뇌의 회로인가요, 아니면 일상의 피로인가요?
  • 음식 대신, 지금 나에게 진짜 필요한 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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