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도 실업률이 낮은 이유

취업난에도 실업률이 낮은 이유
Photo by Hunters Race / Unsplash

채용이 줄고 있다는 체감은 널리 퍼져 있는데, 실업률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업률은 2.8%로, 전년 같은 달보다 0.2%p 낮아졌습니다. 청년층 실업률도 6.6%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상황이 나아진 것 같지만, 통계를 해석할 때는 그 기준과 구조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업률은 고용 상황을 파악하는 하나의 지표지만, 그 수치를 이해하려면 계산 방식부터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경제활동인구라는 이름의 회색지대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율입니다. 여기서 경제활동인구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취업자)과 일할 의사가 있으며 실제로 구직 활동을 한 사람(실업자)을 합친 개념입니다.

데이터 출처: 통계청

그렇다면 실업자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통계청은 다음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실업자로 집계합니다.

  1. 조사대상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일을 하지 않았고,
  2. 지난 4주간에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보았으며,
  3. 일이 주어졌을 경우 즉시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이 구비된 사람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으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어 실업률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사람들은 실업자가 아닙니다:

  • 졸업을 앞두고 아직 구직을 시작하지 않은 대학생
  • 시험 준비나 육아, 건강 문제로 당분간 쉬고 있는 사람
  • 구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

2025년 5월 현재, 비경제활동인구는 약 1,572만 명이며 이 중 ‘쉬었음’ 인구는 239만 명, ‘구직단념자’는 34만 5천 명입니다.

실업률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 전체’를 뜻하지 않습니다. 기준 밖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취업자 수에도 기준이 있다

취업자의 범위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는 조사 주간 동안 한 시간 이상 일한 경우를 모두 취업자로 분류합니다. 주당 1시간만 일한 경우도 포함되며, 아르바이트나 초단기 일자리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
취업자는 크게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 등)로 나뉘며, 이 중 임금근로자는 다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됩니다. 고용 형태별 구성을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는 고용동향과 별도로 매년 8월에 실시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가 활용됩니다. 이번에 발표된 2025년 5월 고용동향과는 시점 차이가 있지만, 가장 최근 자료인 2024년 8월 기준 수치는 전체 취업자의 고용 형태를 이해하는 데 유용합니다.
데이터 출처: 통계청

2024년 8월 기준,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38.2%에 이르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시간제 근로자입니다. 이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18.3시간에 그쳤습니다. 한시적 근로자, 비전형 근로자도 모두 포함되므로, 단순 취업자 수만으로는 일자리의 안정성이나 소득 수준까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취업자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고용 형태와 근로 시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업률의 수치를 읽는 또 다른 방법

이처럼 실업률 통계는 명확한 기준을 기반으로 산출되지만, 실제 고용 환경의 모든 면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통계청은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이라는 보완 지표도 함께 발표합니다. 2025년 5월 기준 이 수치는 8.8%이며, 청년층의 경우 16.3%로 나타났습니다.

확장실업률은 시간제 일자리에서 더 일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구직을 포기한 사람 등도 함께 고려한 수치입니다. 이는 실업률이 낮아졌더라도 고용 시장의 여건이 모두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고용 통계를 이해할 때는 수치의 의미와 함께, 그 계산 방식과 한계도 함께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 실업률이 낮아졌다는 말은 어떤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까요?
  • ‘취업자’라는 수치 안에는 어떤 일자리들이 포함되어 있을까요?

실업률은 고용 상황을 보여주는 가장 널리 알려진 지표입니다. 하지만 그 수치가 낮다고 해서 모두가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며, 체감과의 간극은 통계가 포착하지 못하는 현실 속 다양성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보는 숫자가 정확한지도 중요하지만, 그 숫자가 무엇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일 또한 중요합니다.


함께 보기

겨울철 실업률, 왜 늘어날까?
연말연초가 되면 실업률이 오릅니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반복되는 이 현상은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고용지표를 해석할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과연 어떤 이유로 겨울철 실업률이 높아지는 걸까요? 1. 계절적 요인 때문입니다. 겨울이 되면 건설업이나 야외 작업을 중심으로 일감이 줄어듭니다. 특히 일용직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기온과 날씨에 따라 현장이 멈추는

우리는 ‘정리된 뉴스’가 아닌 ‘사유의 도구’를 전하고자 합니다. 웬즈데이터는 데이터 저널리즘이 단순한 시각화가 아닌, 복잡한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라고 믿습니다. 데이터로 세상을 읽는 수요일, 웬즈데이터와 함께하세요.

지금 구독하고, 데이터로 생각하는 사람의 목록에 합류하세요.

Read more

이번 달 물가 주인공은 나야 나

이번 달 물가 주인공은 나야 나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물가동향이 지난주 공개됐습니다. 발표 직후 언론은 “물가가 심각하게 올랐다”는 제목을 앞다퉈 내걸었고, 시민들의 한숨은 더 깊어졌습니다. 이번 달 기사 속 주인공은 쌀과 라면이었지만, 지난달과 그 전 달을 떠올리면 주인공은 늘 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달의 주인공은 정말 그 자리에 어울렸을까요? 주인공 선발기준 8월 5일 발표된 <2025년

국장은 정말 바보의 선택일까

국장은 정말 바보의 선택일까

돈과 관련된 뉴스는 민감하게 반응을 일으킵니다. 그중에서도 세금은 논쟁을 피할 수 없는 주제입니다. 지난주 발표된 세제개편안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종목당 50억원 이상을 보유한 주식을 가진 사람에게만 부과되던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다시 10억원 이상으로 낮추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투자자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어느 바보가 국장에 투자하겠냐"는 말이 담긴 기사가 연일

유튜브 뮤직이 넘은 선

유튜브 뮤직이 넘은 선

2025년 7월, 유튜브는 프리미엄 서비스에 포함된 유튜브 뮤직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라, 자진 시정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음악 서비스를 제외한 ‘유튜브 라이트 요금제’ 출시를 예고한 것도 이 맥락에서입니다. 하지만 비슷한 방식의 결합상품은 이전부터 멜론이나 지니뮤직에도 적용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시장 1위를 유지할 때는 별다른 제재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증권사의 목표주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증권사의 목표주가, 어떻게 읽어야 할까

뉴스를 보다 보면 같은 종목에 대해서도 증권사마다 전혀 다른 전망을 내놓는 걸 종종 보게 됩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경우도 그랬습니다. 골드만삭스는 HBM 가격 하락을 이유로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고, 국내 증권사들은 35만 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낙관적 리포트를 내놓았습니다. * SK하이닉스 주가폭락 촉발한 골드만…"내년에 처음으로 HBM 가격 하락" * SK하이닉스 35만원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