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목표주가, 어떻게 읽어야 할까
뉴스를 보다 보면 같은 종목에 대해서도 증권사마다 전혀 다른 전망을 내놓는 걸 종종 보게 됩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경우도 그랬습니다. 골드만삭스는 HBM 가격 하락을 이유로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고, 국내 증권사들은 35만 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낙관적 리포트를 내놓았습니다.
언론은 이러한 증권사 리포트를 근거로 “폭락” 혹은 “상승 여력”이라는 헤드라인을 뽑고,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는 그에 따라 흔들립니다. 하지만 질문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목표주가와 투자의견, 과연 얼마나 믿을 만한 정보일까요?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특정 종목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적정 주가’를 추정합니다. 이는 미래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당순이익(EPS)에 주가수익비율(PER)을 곱해 계산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예컨대, 내년 예상 EPS가 5,000원이고 적정 PER이 30배라고 판단하면 목표주가는 15만 원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습니다. 모델의 입력값 대부분이 주관적이고 가정에 기반한다는 점입니다. PER은 업종별로 다르고, EPS 추정도 낙관적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모델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숫자’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투자의견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해석의 영역입니다.
매도의견을 보기 힘든 이유
현실에서는 증권사 리포트에서 '매도'라는 단어를 보기 어렵습니다. 투자등급은 보통 '매수', '중립(보유)', '비중확대'처럼 표현되고, 그마저도 긍정적인 어조가 기본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애널리스트가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 해당 기업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이후 IR(기업설명회) 참석이나 자료 접근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내처럼 정보 비대칭이 큰 시장에서는 기업의 비공식적 협조가 리포트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2025년 7월 기준 브랜드평판 상위 20개 증권사의 최근 1년간 발행된 리포트를 분석해보면, ‘매수’ 등급이 평균 90.8%에 달합니다. 반면 ‘매도’ 등급은 가장 높은 곳조차 0.7%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증권사에서는 매도 의견이 한 건도 없는 수준입니다. 브랜드 신뢰도가 높을수록 의견이 더 다양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입니다.

말하지 못하는 ‘매도’는, 애널리스트의 침묵 속에 묻혀버립니다.
증권사 종목리포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렇다면 투자자는 증권사 리포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몇 가지 포인트를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 ‘매수’는 기본값이다.
실전 투자자들 사이에선 매수는 ‘중립’으로, 중립은 ‘매도’로 해석하라는 조언이 나옵니다. 숫자보다 등급의 맥락을 읽는 것이 필요합니다. - ‘목표주가의 변화’가 실제 신호다.
같은 매수 의견이라도, 이전보다 목표주가가 낮아졌다면 애널리스트의 신뢰가 줄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등급보다 숫자의 방향성에 주목하세요. - 해외 리포트는 다르게 말한다.
국내 리포트가 대부분 낙관적이라면,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는 보다 솔직한 분포를 보여줍니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매수 49.2%, 매도 17.1%, 모건스탠리와 제이피모간도 매도 비중이 10% 이상입니다.
해외 리포트를 참고하면, 리스크를 덜 걸러낸 날것의 해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증권사 리포트는 ‘분석 보고서’라기보다 ‘해석 가능한 신호’에 가깝습니다. 숫자보다 의도를, 등급보다 방향을 읽는 것이 먼저입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매도 의견을 내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애널리스트, 그 숫자를 인용해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 그리고 그 숫자에 기대어 판단을 내려야 하는 개인 투자자. 이 구조 안에서 누구도 완전히 자유롭지 않습니다.
리포트는 분석이라기보다 협상의 결과일 때가 많고, 그 숫자는 믿음보다 이해관계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그 숫자를 팩트처럼 받아들이길 요구합니다.
정말 중요한 정보는, 리포트 안에 있었을까요? 아니면 말하지 못한 침묵 속에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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