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이면의 경제
최근의 경제 뉴스는 ‘관세’라는 단어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무역갈등, 수출 규제, 공급망 분절과 같은 이슈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더 깊고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OECD와 한국은행이 각각 6월 3일과 6월 5일에 발표한 보고서는 이 복잡한 현실을 숫자라는 언어로 드러냅니다. 세계 경제는 단순한 충격이 아닌 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으며, 한국 역시 그 흐름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누가 무엇을 막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시스템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전환기의 경제 지도
6월 3일 발표된 OECD 경제전망은 경제를 단기적인 등락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를 겪는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미국 1.6%, 중국 4.7%, 유로존 1.0%, 일본 0.7%로 낮은 수치를 예상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일시적인 하강’이 아니라 ‘장기화된 저성장’의 신호라는 점입니다.

OECD는 이를 ‘고착화된 불균형’으로 묘사합니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지정학적 불안정, 생산성 정체가 맞물리면서 세계 경제의 회복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경제는 단지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라, 과거의 성장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회복’이 아니라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입니다.
세계 경제는 과거의 성장 방정식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구조적 전환기에 있습니다.
표면 아래의 한국 경제
한국은행이 6월 5일 발표한 『2025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 보고서는 국내 경제의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2% 감소했고,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 모두에서 동반 하락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 여러 산업이 동시에 내재된 한계에 부딪혔다는 신호입니다.

민간소비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신기기 등의 소비가 소폭 늘었지만, 오락·문화, 교육 등 서비스 소비는 줄었습니다. 정부소비는 거의 변동이 없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0.4%, 3.1% 감소했습니다. 수출과 수입도 함께 줄어들며 내수와 외수가 동시에 위축되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일부 긍정적 수치—ICT 제조업의 소폭 회복, 운송장비 중심의 설비투자 증가—는 있지만, 이는 전체 구조의 회복을 이끌 만한 흐름은 아닙니다. 수요 부진과 공급 역량의 미스매치, 그리고 기술 전환에 대한 적응력 부족이 함께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경제는 단기적 부진이 아니라, 경제 기반 전반에 쌓인 피로와 전환 압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수치 너머의 전환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단기적인 수치 개선에 집중하기보다는, 경제의 구조를 바꾸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보호무역, 지정학적 불안정에 동시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네 가지입니다.
- 국가 간 무역협력을 회복하고 서비스 무역의 장벽을 낮추는 등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개방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 인플레이션 압력이 억제되는 국가에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지만,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중앙은행의 경계는 유지되어야 합니다.
- 정부는 장기적으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한편, 경제 충격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임시적·정밀한 지원을 병행해야 합니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 투자, 혁신을 강화하는 구조개혁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재정 부담 없이도 장기 성장 잠재력을 회복할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제시됩니다.
특히 한국은 산업구조 전환, 내수 기반 확대, 인구구조 대응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장기 전략을 다시 짜야 합니다. 반도체나 수소산업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조업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업의 디지털화와 지역경제의 구조 개편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정책이 숫자를 따라가지 않고, 숫자가 정책을 이끌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 중요합니다.
변화는 ‘수치 개선’이 아니라, 그 수치를 만들어내는 체계 자체를 바꾸는 데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 세계가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수치를 회복하려 애쓰고 있지는 않나요?
- 성장은 단순한 경제 수치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반영일 때, 우리는 무엇을 먼저 바꿔야 할까요?
- 숫자를 따라가는 정책이 아니라, 숫자의 방향을 바꾸는 전략이 필요한 때 아닐까요?
숫자는 기록이자 신호입니다. 단기적인 부침에만 집중한다면, 우리는 그 숫자가 말하고자 했던 진짜 방향을 놓치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숫자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읽고, 해석하고, 대응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 숫자를 어떻게 읽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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