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물가 주인공은 나야 나

이번 달 물가 주인공은 나야 나
Photo by nrd / Unsplash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물가동향이 지난주 공개됐습니다. 발표 직후 언론은 “물가가 심각하게 올랐다”는 제목을 앞다퉈 내걸었고, 시민들의 한숨은 더 깊어졌습니다. 이번 달 기사 속 주인공은 쌀과 라면이었지만, 지난달과 그 전 달을 떠올리면 주인공은 늘 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달의 주인공은 정말 그 자리에 어울렸을까요?


주인공 선발기준

8월 5일 발표된 <2025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2.1% 올랐습니다.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는 3.5% 상승했고, 쌀은 7.6%, 라면은 6.5% 올랐습니다.

이 수치만 보면 쌀과 라면이 유독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전년동월대비라는 기준이 숨어 있습니다. 지난해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면 올해 소폭 올라서도 상승률이 크게 보이고, 반대로 지난해 이미 급등했다면 올해는 가격이 낮아진 것처럼 착시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5,000원이던 품목이 올해 5,500원이 되면 10% 오른 것입니다. 하지만 3년 전 가격이 6,000원이었다면, 여전히 예전보다 저렴한 상태입니다. 같은 10% 상승이라도, 출발선이 어디였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된 이유를 알려면, 먼저 그들이 어떤 기준에서 뽑혔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커튼 뒤의 이야기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가격을 100으로 놓고 계산됩니다. 이를 기준으로 2025년 7월 지수를 보면, 쌀은 107.9, 라면은 123.9입니다.

흥미로운 건, 뉴스의 단골손님이었던 사과(172.9)와 배(169.0)가 훨씬 높은 수준임에도 이번 달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전년보다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출처: 통계청

언론은 매달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을 헤드라인에 올립니다. 그 결과 가격 지수가 높더라도 하락한 품목은 무대 뒤로 사라지고, 전년 대비 상승률이 높은 품목이 ‘이번 달 주인공’이 됩니다. 이 구조는 매달 물가 보도에서 주인공이 바뀌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대 위의 조명은 눈부시지만, 진짜 이야기는 커튼 뒤에 숨어 있습니다.


감독의 세 가지 시선

물가 뉴스를 볼 때, 숫자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해보면 훨씬 입체적인 해석이 가능합니다.

  1. 변동률과 지수를 함께 보기
    변동률이 높더라도 지수가 낮으면 가격 수준이 낮을 수 있고, 변동률이 낮더라도 지수가 높으면 생활비 부담이 클 수 있습니다. 쌀의 지수가 107.9인데 7.6% 올랐다는 것과, 사과의 지수가 172.9인데 11.0% 내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2. 비교 기준 확인하기
    물가 변동률을 볼 때는 그 수치가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한 것인지, 전월과 비교한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전년동월대비는 계절적 변동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지만, 전월대비는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아 일시적인 변동이 과장될 수 있습니다. 특히 농산물이나 에너지처럼 기온·강수량·계절 수요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품목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3. 품목별 흐름을 같이 보기
    이번 달에는 쌀과 라면이 주목받았지만, 지난달엔 고등어, 그 전에는 돼지고기가 ‘물가 주인공’이었습니다. 품목별 가격은 계절·공급 상황·수요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오르내리기 때문에, 한 달치 변동만으로 생활비 부담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상승·하락 품목을 함께 비교하면 전체 물가 흐름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무대 위 장면이 아닌, 이야기 전체를 보는 것이 감독의 역할입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 물가 뉴스 속 ‘주인공’은 정말 우리 지갑을 압박한 주범일까요?
  • 아니면, 통계의 한계와 보도의 선택이 만든 주인공일까요?

이번 달의 스포트라이트가 진짜 무대를 대표하는지, 아니면 단 한 장면의 연출에 불과한지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쌀과 라면이 무대에서 내려가도, 다음 달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할 때 또다시 반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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