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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 기준금리는 '범위'일까?

왜 미국 기준금리는 '범위'일까?
Photo by Mathieu Stern / Unsplash

한국의 기준금리는 하나의 숫자로 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 3.5%”처럼요. 그런데 미국은 다릅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5.25%에서 5.50%로 유지했다”는 식으로 두 개의 숫자, 즉 범위로 발표합니다. 왜 이렇게 다를까요?

미국은 기준금리를 단일 수치로 고정하기보다는,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금리가 자연스럽게 결정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연준이 목표로 삼는 금리는 은행들끼리 하루 동안 돈을 빌릴 때 적용되는 단기 금리인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입니다. 이 금리는 시장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연준은 특정 수치를 딱 정하는 대신 “이 정도 범위 안에서 움직이게 하겠다”는 식의 정책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런 방식이 사용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장 자율성 유지
    정부가 금리를 직접 통제하지 않고, 시장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금리를 결정하도록 유도합니다.
  2. 운영의 유연성 확보
    정해진 수치 하나보다 범위를 설정하면, 경기 변화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사실 미국도 처음부터 이런 방식을 쓴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기준금리를 하나의 숫자로 발표했습니다. 지금처럼 범위로 운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입니다. 당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0%에 가깝게 낮췄고, 단일 수치만으로는 정책 여지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때 처음 “0.00~0.25%”처럼 범위로 제시하는 방식이 도입됐고, 이후 시장과의 소통 수단이자 정책 유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여전히 하나의 수치만 정할까요? 그건 금융시장 구조의 차이 때문입니다. 미국은 금융시장이 크고 복잡해서 시장 기반의 운용 방식이 잘 작동합니다. 반면 한국처럼 자금시장 규모가 작고 거래가 제한적인 경우에는 중앙은행이 명확한 기준금리를 제시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입니다.

결국 어떤 방식을 쓰느냐는 각국의 시장 구조와 정책 목표에 따라 달라집니다. 미국은 유연성과 자율성을, 한국은 명확성과 안정성을 선택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