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개의 카페가 하나의 유행을 복제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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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개의 카페가 하나의 유행을 복제할 때
Photo by Rizky Subagja / Unsplash

두바이 초콜릿, 버터떡, 크루키. 최근 외식 시장을 뒤흔들었던 디저트들은 폭발적인 대란을 일으킨 지 불과 두어 달 만에 동네 편의점 매대나 흔한 배달 앱 메뉴로 밀려났습니다. 미디어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숏폼 알고리즘에 노출된 소비자들이 쉽게 싫증을 내기 때문이라며 소비자의 변덕으로 원인을 돌리곤 합니다.

하지만 외식업 생태계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디저트의 수명이 극단적으로 짧아진 배경에는 공급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의 심리 변화라기보다 포화 상태에 이른 한국 자영업 시장의 치열한 생존 경쟁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에 가깝습니다.


공급 과잉이 초래한 압축 소진 현상

하나의 새로운 디저트 트렌드가 시장에서 소비될 수 있는 총체적인 수요의 양이 정해져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과거에는 특정 디저트가 유행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나 매장이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소비자는 그 맛을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원조 매장을 찾아갔고, 그 덕분에 하나의 유행은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완만하게 소비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유행의 총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그 수요를 한꺼번에 빨아들이는 공급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과거라면 장기간에 걸쳐 분산 소비되었을 수요를 전국 수만 개의 매장이 동시에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단 1~2개월 만에 시장 전체의 수요가 한꺼번에 소진되는 것입니다. 즉, 디저트의 유행 주기는 자발적으로 식은 것이 아니라 과잉 공급에 의해 강제로 고갈되고 있는 셈입니다.


편의점보다 2배 많은 카페

공급자가 이토록 빠르게 유행에 달려드는 원인은 한국 카페 시장의 극심한 밀집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국세청 생활업종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커피 전문점 수는 이미 10만 개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이는 전국의 편의점 매장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수치로, 인구 약 500명당 1개의 카페가 경쟁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데이터 출처: 국가통계포털

이처럼 골목마다 카페가 들어선 환경에서 외식업 중에서도 폐업률이 최상위권에 속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이나 독창적인 메뉴 연구는 현실적인 사치에 가깝습니다. 당장의 월세와 인건비를 감당해야 하는 대다수의 개인 매장에게 소셜 미디어에서 이미 인기가 검증된 메뉴를 빠르게 도입하는 것은 차별화 전략이 아니라, 오늘 하루의 매장 방문객을 확보하기 위한 유일한 생존 수단이 됩니다.


법적 한계와 무조건적인 복제

이처럼 단기 트래픽을 쫓아야만 하는 자영업자들의 절박함은, 모방에 관대한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만나면서 거대한 복제 생태계로 진화합니다. 현행 지식재산권 제도상 특정 디저트의 제조법은 특허나 저작권으로 보호받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재료의 배합 비율을 일부 바꾸거나 새로운 토핑을 추가하는 행위는 특허 인정의 핵심 기준인 '고도의 창작성'이나 '신규성'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법적인 진입장벽의 부재는 독창적인 메뉴를 개발한 원조 창작자가 후발 주자들의 모방 행위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게 만듭니다. 후발 공급자들 역시 특허 침해나 소송 리스크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화제가 된 메뉴를 그대로 가져와 판매하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제도적인 사각지대가 자영업자들로 하여금 타인의 아이디어를 죄책감 없이 복제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그 결과 시장 전체가 하나의 유행으로 순식간에 획일화되는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물류 네트워크가 지워버린 시차

법적 장벽이 사라진 이러한 '무제한 복제'를 전국 단위의 현실로 만들어주는 물리적 엔진이 있습니다. 바로 고도화된 B2B 식자재 물류 네트워크입니다.

과거에는 서울의 중심가에서 유행하는 아이템이 지방의 골목상권까지 내려가는 데 기술적, 물리적인 시차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특정 디저트가 화제가 되는 즉시 대량 생산용 상업 레시피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됩니다. 식자재 유통 기업들은 카다이프 면이나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같은 핵심 원재료를 확보해 전국 각지의 매장으로 다음 날 새벽에 배송합니다. 시차는 완벽하게 0에 수렴합니다.

10만 개의 매장이 생존을 위해 하나의 유행에 다 같이 뛰어드는 순간, 그 유행이 가진 희소성은 가장 빠르게 파괴됩니다. 살기 위해 유행을 복제하지만, 바로 그 동시다발적인 복제가 모두가 기댈 유행의 수명을 스스로 단축시키고 맙니다. 우리가 마주한 '두 달짜리 유행'은 단순히 소비자의 변덕이라기보다, 포화 상태에 이른 자영업 생태계가 만들어낸 구조적인 역설은 아닐까요.


우리는 묻습니다

  • 우리가 오늘 구매한 화제의 디저트는 미식의 트렌드였을까요, 아니면 생존을 위한 조급함의 결과물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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