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오류, 당신의 뇌는 '편집된 진실'을 원한다
주가가 폭락한 날, 저녁 뉴스를 틀면 전문가들은 기다렸다는 듯 해설을 내놓습니다. "금리 인상 공포 때문에", "국제 유가 불안정 때문에". 이유는 늘 명쾌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 '이유' 때문에 주가가 내렸을까요? 아니면 주가가 내렸기 때문에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붙인 걸까요?
인과관계라는 이름의 마약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인간의 이러한 본능을 '내러티브 오류(Narrative Fallacy)'라고 정의했습니다.
우리의 뇌는 생물학적으로 '무작위(Randomness)'를 견디지 못합니다. 복잡하고 인과관계가 없는 팩트들이 나열되어 있을 때, 뇌는 불안을 느낍니다. 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팩트들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화살표를 그려 넣습니다. 바로 '인과관계'입니다.
- 팩트: A가 일어났고, 그 뒤에 B가 일어났다.
- 내러티브: A 때문에 B가 일어났다.
이 연결이 일어나는 순간, 복잡했던 세상은 갑자기 이해 가능한 곳으로 변하고 우리는 심리적 안정을 얻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팩트보다 스토리에 중독되는 이유입니다.
백미러로 보면 모든 길이 선명하다
내러티브 오류가 가장 위험한 지점은 '사후 해석(Hindsight)'을 '미래 예측(Foresight)' 능력으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공한 기업가들의 전기를 읽으며 "그는 괴짜였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똑같이 괴짜였지만 실패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내러티브는 실패한 자들을 소거하고, 살아남은 자들의 특징만을 연결해 '성공의 법칙'이라는 매끄러운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탈레브는 말합니다. "우리는 일어난 일을 설명하는 데는 천재적이지만,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데는 형편없다."
우리가 과거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집니다. 하지만 과거가 설명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 결과를 알고 난 뒤에 그에 맞춰 원인들을 편집했기 때문입니다.
매끄러운 이야기는 의심하라
투자의 세계든, 비즈니스의 현장이든 누군가 "이것은 필연적인 흐름입니다"라며 결점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논리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진실이라기보다 잘 세공된 '내러티브'일 확률이 높습니다.
진실은 원래 울퉁불퉁합니다. 데이터는 서로 모순되고, 인과관계는 흐릿하며, 운(Luck)이 큰 작용을 합니다.
내러티브 오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설명하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 명쾌한 인과관계 대신, "이것은 우연일 수 있다"는 찜찜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야말로 복잡한 세상을 가장 정확하게 읽는 방법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