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율 50%라는 거짓말

이혼율 50%라는 거짓말
Photo by Kelly Sikkema / Unsplash

"결혼은 미친 짓이다." "어차피 둘 중 한 쌍은 헤어진다는데 굳이 해야 해?"

결혼을 앞둔 커플이나 비혼을 선택한 청년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미디어에서 "이혼율이 50%에 육박한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결혼은 마치 동전 던지기처럼 확률 반반의 위험한 도박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한민국 부부의 절반이 이혼한다는 이 통계는 거짓에 가깝습니다.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오류 (시점의 불일치)

이 충격적인 '50%'라는 숫자는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요? 보통 [그 해의 총 이혼 건수] ÷ [그 해의 총 결혼 건수]를 단순 계산해서 도출된 수치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에 20만 쌍이 결혼하고 10만 쌍이 이혼했다고 가정해봅시다. 단순 나눗셈을 하면 0.5, 즉 50%가 됩니다.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통계적 오류가 숨어 있습니다.

  • 분모(결혼): 올해 막 식장에 들어간 신혼부부 20만 쌍입니다.
  • 분자(이혼): 올해 이혼 법정에 선 10만 쌍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올해 결혼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혼한 10만 쌍은 작년에 결혼한 사람, 10년 전에 결혼한 사람, 심지어 30년 전에 결혼해 황혼 이혼을 한 사람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지난 수십 년간 누적된 전체 기혼자 집단(모집단)에서 발생한 이혼 건수를, 고작 올해 탄생한 신혼부부 수로 나누는 셈입니다. 서로 다른 집단을 비교했으니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진짜 이혼율을 보는 법: 코호트 분석

"결혼해봤자 절반은 헤어진다"는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면, 실제 결혼한 커플들을 추적해보면 됩니다. 이를 '코호트(Cohort) 분석'이라고 합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2년 기준 인구동태 코호트 DB> 분석 결과는 우리가 가진 공포가 얼마나 과장되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해당 시점 기준, 결혼 생활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던 세대의 실제 이혼율은 얼마였을까요?

  • 1983년생 (당시 39세): 혼인한 50만 4천 명 중 10.3% 이혼
  • 1988년생 (당시 34세): 혼인한 29만 3천 명 중 7.0% 이혼

결혼 적령기를 지나 30대 중후반이 된 시점에서도 이혼율은 10% 안팎에 그칩니다. 10쌍 중 9쌍은 여전히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흔히 듣던 '절반(50%)'이라는 숫자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멉니다.

통계는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결혼 생활이 파탄 날 확률보다, 함께 나이 들어갈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말이죠. 잘못된 통계가 주는 공포에 미리 움츠러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 당신은 잘못된 통계 때문에 시작하기도 전에 겁을 먹고 있지는 않나요?

누군가의 불행한 결말이 모여 만든 엉터리 숫자가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 확률이 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의 관계는 엉성한 통계보다 훨씬 단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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