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를 측정하는 온도계, VIX 지수 활용법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뉴스 헤드라인은 매일 투자자들의 심리를 전합니다. 하지만 '패닉'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숫자로 정확히 잴 수 있을까요? 월가에는 이 두려움의 크기를 측정하는 온도계가 존재합니다. 바로 VIX(Volatility Index), 흔히 '공포 지수'라 불리는 지표입니다.
시장이 요동칠 때 남들은 얼마나 겁을 먹고 있는지, 그리고 이 공포가 과연 정점에 달했는지를 가늠해보고 싶다면 이 지표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의 출렁임을 예고하는 숫자
VIX 지수는 1993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S&P 500 지수 옵션의 가격을 기초로 산출되는데, 복잡한 수식을 걷어내면 핵심 의미는 간단합니다.
"앞으로 30일간 주식시장이 얼마나 변동할 것인가?"
투자자들은 시장이 불안할수록 폭락에 대비해 '풋옵션(하락 시 이익을 보는 상품)'을 사려 하고, 이 과정에서 옵션 가격(보험료)이 비싸집니다. VIX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VIX가 낮다면 시장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임을 의미합니다.
위기의 순간, 바늘은 어디를 가리켰나
과거의 데이터를 복기해보면 VIX 지수가 '공포 지수'로 불리는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통상적으로 VIX는 10~20 사이에서 움직입니다. 이 구간은 시장이 평온하거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때입니다. 하지만 역사적 위기의 순간마다 이 숫자는 예외 없이 폭발했습니다.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리만 브라더스 사태 당시 장중 89까지 치솟았습니다.
-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전 세계가 셧다운 공포에 빠졌을 때 85를 넘겼습니다.
주목할 점은, VIX가 역사적 고점을 찍은 시점이 지나고 보면 주식시장의 '단기 바닥'인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극도의 공포로 인한 투매(Panic Selling)가 나오면, 더 이상 팔 사람이 없는 상태가 되어 반등의 실마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부려라"라는 격언을 데이터로 환산하면, "VIX가 40을 넘을 때를 주목하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온도계는 예언서가 아니다
하지만 VIX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 지표는 '현재의 공포'를 보여주는 온도계이지, '내일의 날씨'를 맞추는 예언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VIX가 40을 넘었다고 해서 당장 내일 주가가 반등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2008년 위기 당시 VIX는 수개월간 40 이상의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주가는 그 기간 동안 계속해서 하락했습니다. 시장은 우리가 가진 인내심이 바닥날 때까지, 비이성적인 공포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치가 너무 낮은 것 또한 경계해야 합니다. VIX가 20 아래로, 특히 10 초반대에 머무를 때는 시장에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위험한 폭락은 모두가 안심하고 있을 때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결국 VIX 지수는 시장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내 계좌가 파랗게 질려갈 때, 공포에 질려 주식을 던질 것인지 아니면 냉정하게 기회를 엿볼 것인지. 뜨거운 시장에서 차가운 데이터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