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올해 삼재(三災)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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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올해 삼재(三災)이신가요?
Photo by Gabriella Clare Marino / Unsplash

새해가 되면 유독 자주 들리는 말들이 있습니다. "올해는 토끼띠가 삼재래", "너는 날삼재니까 특히 조심해야 해."

스마트폰으로 주식 차트를 분석하고, AI가 업무를 돕는 최첨단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수백 년 전의 통계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나는 그런 거 안 믿어"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일이 꼬이면 "삼재라더니 진짜인가?" 하고 연결 짓게 되는 마음. 불안은 언제나 이성의 틈을 파고듭니다.

오늘 웬즈데이터는 이 오래된 믿음과, 우리가 세련되었다고 믿는 요즘의 믿음을 나란히 놓고 보려 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기대는 이 '분류'들이 과연 우리를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국민 4명 중 1명은 언제나 '위기'입니다

삼재의 원리는 단순합니다. 12개의 띠 중 3개의 띠가 3년 동안 겪는 재난입니다. 이를 확률로 계산하면 전체 인구의 25%는 늘 삼재에 해당합니다.

대한민국 인구로 환산하면 매년 약 1,300만 명이 '조심해야 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삼재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재난이라면, 우리 사회는 매년 인구의 4분의 1이 겪는 사고와 실패로 인해 마비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가입자의 '띠'를 위험률 산정 데이터에 넣지 않고, 은행도 대출 심사에서 '삼재 여부'를 묻지 않습니다. 자본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삼재라는 개념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 '모호함' 덕분입니다. 살면서 겪는 크고 작은 불행들에 '삼재'라는 이름표를 붙이면, 그 불행은 '내 잘못'이 아니라 '때가 안 좋아서' 생긴 일이 됩니다.

즉, 삼재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이터가 아니라, 이미 일어난 불행의 원인을 외부로 돌려 심리적 타격을 줄여주는 '자기 방어의 데이터'인 셈입니다.


낡은 삼재는 버렸지만, 세련된 MBTI를 입었다

"삼재는 미신이야." 이렇게 말하는 2030 직장인들도 메신저 프로필이나 소개팅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MBTI를 이야기합니다. 12가지 띠로 운명을 나누는 것은 촌스럽게 여기면서, 16가지 알파벳으로 성격을 나누는 것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데이터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삼재에 기대는 마음이나 MBTI에 열광하는 마음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바로 '복잡한 대상을 효율적으로 라벨링(Labeling)하고 싶은 욕망'입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가 드는 고단한 작업입니다. 저 사람이 왜 저런 말을 했는지, 어떤 맥락에서 화를 냈는지 파악하려면 깊은 관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라벨'을 붙이면 세상은 쉬워집니다.

  • "저 사람은 원래 T(이성형)라서 공감을 못 해."
  • "나는 P(인식형)니까 계획 세우는 건 안 맞아."

과거의 사람들이 띠를 통해 서로를 범주화했다면, 지금의 우리는 알파벳 네 글자로 서로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도구만 바뀌었을 뿐, 불확실한 타인을 손쉽게 규정하려는 우리의 게으른 본능은 그대로입니다.


16개의 감옥, 혹은 게으른 이해

문제는 이 편리한 분류가 우리의 가능성을 가둔다는 점입니다. 삼재라는 프레임이 3년 동안 사람의 행동을 위축시키듯, MBTI라는 프레임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16개의 감옥 안에 가두어 버립니다.

우리는 16개의 카테고리 안에 자신과 타인을 집어넣고, "원래 그런 사람"이라며 이해의 과정을 생략해버립니다. 삼재가 불행에 대한 핑계가 되어주듯, MBTI는 소통의 부재나 성격적 결함에 대한 세련된 핑계가 되어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데이터는 세상을 명확하게 보기 위한 도구여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이 데이터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함이 아니라, 복잡한 세상을 내 입맛에 맞게 단순화하기 위한 필터로 쓰이고 있습니다.

"원래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상황과 맥락에 반응하는 입체적인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분류는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과 성격은 데이터베이스의 엑셀 칸처럼 딱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 혹시 당신은 "나는 원래 이런 유형이야"라는 말로 스스로의 한계를 긋고 있지는 않나요?
  • 타인의 복잡한 내면을 알파벳 몇 글자로 납작하게 눌러버린 채, "나는 저 사람을 다 파악했어"라고 오해하고 있지는 않나요?

삼재라서 불행한 것이 아니고, MBTI가 그래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수많은 상황 속에 놓인, 입체적인 '당신'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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