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숫자를 향한다

정치는 숫자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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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젊은 세대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말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통계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2025년 6월 현재, 60세 이상 유권자는 이미 20·30대 유권자 수를 앞질렀습니다. 그리고 이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 인구 구조는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제 정치인은 “인구가 많은 쪽”을 향해 정책을 설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권자가 많은 곳에 예산이 몰리고, 표가 나오는 곳에 공약이 쏠리는 건 정치의 자연스러운 원리입니다.

정치는 숫자를 향합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이제 노년에 있습니다.


숫자가 말하는 미래

2025년 기준, 60세 이상 유권자는 전체의 약 33%를 차지합니다. 반면 20대와 30대를 합쳐도 약 29% 수준입니다. 이 수치는 곧 선거 전략의 무게추가 어디로 기울 수밖에 없는지를 말해줍니다. 고령층 유권자의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합니다. 통계청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35년에는 60세 이상 유권자가 전체의 43%를 넘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고령 유권자 중심의 정치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데이터 출처: 통계청
  • 2030년 대선: 60세 이상 유권자가 20대·30대를 합친 수보다 약 490만 명 많아짐
  • 2045년 대선: 60세 이상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50%를 넘김

이 숫자는 정치가 누구를 우선순위로 둘 수밖에 없는지를 말해줍니다. 투표율 또한 고령층에서 꾸준히 높게 나타나면서, 정치권은 고령 유권자의 요구와 정서를 반영하는 데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숫자는 현재를 기록하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미래를 예고하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인구 피라미드의 기울기는 정치의 무게중심을 점점 고령층 쪽으로 당기고 있습니다. 이것은 투표의 숫자가 곧 정책의 숫자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치적 결정권은 이제 고령층이 가지고 있습니다.


2030, 방향을 찍다

2025년 제21대 대통령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79.4%로, 지난 대선(2022년 77.1%)보다 상승했습니다. 이 상승세는 특히 20대와 30대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출구조사 결과에서 20대 유권자의 24.3%, 30대 유권자의 17.7%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대 기준으로 보면, 이준석 후보는 2030 세대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후보였습니다. 이는 40대 이상 연령층의 지지율이 5% 미만에 머문 것과 대조적입니다.

데이터 출처: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

2030 세대 일부는 이번 선거에서 이준석 후보에게 투표하는 행위를 통해 당선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정치적 의지와 세대 정체성을 드러내려 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후보는 선거 기간 동안 노령층 중심의 정책 결정을 비판하고, 연금 개혁과 세대 형평성을 주장하며 청년층의 문제를 공론화했습니다.

비록 1위 후보와의 격차는 컸지만, 득표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왜 그를 찍었는가'라는 맥락입니다.
2030 세대의 투표는 점점 더 정치적 메시지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으며, 정치권은 이 변화의 흐름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습니다.

젊은 표는 여전히 작지만, 이제는 분명히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 유권자 수가 정책 방향을 좌우해도 괜찮은가요?
  • 청년의 표가 줄어들수록, 그들의 삶을 위한 정책은 사라질까요?
  • 우리는 ‘공정한 분배’를 이야기하지만, 실제 분배는 인구수로 결정되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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