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숙제처럼 느껴진다면 (ft. 불편한 편의점)
퇴근길, 지친 몸을 이끌고 습관적으로 편의점에 들릅니다. 맥주 한 캔과 과자 한 봉지를 사 들고 집에 와서 넷플릭스를 켜는 것. 이것이 아마도 많은 현대인에게 허락된 가장 보편적이고 확실한 휴식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텍스트를 읽는 행위가 이 과정만큼이나 편안하고 수동적인 휴식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김호연 작가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바로 그런 '유튜브를 보듯 읽는 독서'를 가능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서울 청파동 골목 어귀, 손님도 별로 없는 작은 편의점에 어느 날 덩치 큰 노숙자 '독고'가 야간 알바생으로 들어옵니다.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그는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뜹니다. 빠르고 효율적이어야 하는 편의점이라는 공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불편한' 존재죠.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불편한 편의점은 서서히 변화합니다. 취업에 실패한 취준생, 가족을 부양하느라 등골이 휘는 가장, 꼰대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 애쓰는 중년 여성까지. 각자의 고민을 안고 편의점을 찾은 손님들은 독고가 건네는 투박한 말 한마디와 따뜻한 옥수수 수염차 한 잔에 묘한 해방감을 느낍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데이터 포인트는 압도적인 '가독성'입니다. 복잡한 은유나 머리 아픈 서사 대신, 우리 이웃의 평범한 이야기들이 드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뉴스레터에서 언급한 "영상 보듯 편하게 읽는 독서"를 시작하기에 최적의 텍스트입니다.
우리는 종종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오히려 책을 멀리하곤 합니다. 하지만 독서의 본질은 정보의 습득 이전에, 타인의 삶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공감'에 있습니다. 독고가 손님들에게 건네는 위로는, 지금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퇴근길에는 편의점 대신 서점에 들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성공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버텨낸 나를 위한 독서. 1만 원짜리 편의점 도시락보다 더 든든한 위로가 이 책 속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