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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규직일까, 비정규직일까?

우리는 정규직일까, 비정규직일까?
Photo by Marten Bjork / Unsplash

2025년 8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노동조합법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강화했습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이번 개정안은 원청 기업을 상대로도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교섭 의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논란은 있었지만, 이번 개정은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하청 노동자는 누구에게 고용된 것일까?”

이 질문은 다시 다음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규직일까, 비정규직일까?”


나도 비정규직이라고?

2024년 8월 통계청 부가조사에 따르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38.2%입니다. 약 7명 중 3명은 비정규직이라는 의미죠. 그런데 이 수치 안에는 누구까지 포함되어 있을까요?

비정규직은 통계상 다음의 고용형태를 포함합니다:

  • 기간제 근로자: 계약기간이 정해진 근로자
  • 단시간 근로자: 주 36시간 미만 근로
  • 파견·용역·사내하도급 근로자 등 간접고용
  •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프리랜서 등 일부 조사에서 포함

문제는 이 분류가 현장에서 쓰이는 ‘정규직’이라는 말과 다르게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 대기업에서 1년째 근무 중인 개발자 A 씨.
    매일 출근해 팀 회의에 참여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지만, 고용계약은 외부 IT 하청업체와 맺은 상태. 급여도 그곳에서 지급받습니다.
    → 통계상 ‘간접고용 비정규직’입니다.
  • 디자인회사에 ‘정규직 전환형 계약직’으로 입사한 디자이너 B 씨.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규직 전환 예정이지만, 현재는 1년짜리 기간제 근로계약서에 서명한 상태입니다.
    → 통계상 ‘기간제 근로자’로 비정규직입니다.
  • 콜센터에서 주 30시간씩 근무하는 상담원 C 씨.
    정해진 시간표대로 일하고 정식 고용계약도 있지만,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이라면 ‘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됩니다.
    → 이 역시 통계상 비정규직입니다.

이처럼 ‘정규직처럼 일하지만, 정규직으로 분류되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수치는 단지 계약 기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 구조 전체를 비추는 지표입니다.


같은 팀, 다른 소속?

같은 작업장, 같은 복장,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 그런데 회사 이름은 다르고, 고용 조건도 다릅니다. 이것이 하청 구조의 현실입니다.

한국 산업은 하청 없이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건설, 제조, 물류, 청소, 경비 등 많은 분야에서 원청 기업은 핵심 기획과 책임만 맡고, 실제 업무는 하청업체에 위임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간접고용 구조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임금, 복지, 고용 안정성 모두에서 원청과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경우에는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6년간 하청업체의 재해율이 원청보다 일관되게 높았다고 밝혀지며, 위험한 공정일수록 외주화되는 경향이 짙음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같은 현장에서 같은 일을 해도, 고용 구조에 따라 일터의 안전조차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 결과 “그래서 대기업 가야 한다”는 말은 단순한 편견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현실 인식이기도 합니다.

하청은 단지 계약 방식이 아니라, 고용 불평등이 구조화된 방식입니다.


정규직, 왜 안 뽑아요?

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회피하는 이유는 뭘까요?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정규직 해고에 대한 보호 수준이 높은 편입니다.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할 수 없고, 절차상 요건도 엄격하게 요구되죠. 일단 채용하면 쉽게 조정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제도적 경직성은 기업이 인력을 유연하게 운용하는 데 제약이 됩니다. 특히 수요 변동이 큰 산업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기업은 ‘정규직’ 대신 ‘필요할 때만 쓰는 인력’을 원합니다. 그것이 바로 계약직, 파견직, 용역직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구조적 리스크 관리 방식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구조입니다.

정규직 중심의 경직된 제도가 오히려 비정규직을 늘리는 아이러니를 낳고 있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 비정규직이라는 통계는 누구를 포함하고, 누구를 놓치고 있을까요?
  • 하청이라는 구조는 정말 피할 수 없는 선택일까요?
  •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 사이, 우리는 어떤 균형을 선택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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