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집, 딸은 혼수?
결혼 준비를 시작한 예비 부부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전통'이라는 이름의 오래된 계산법입니다. "남자가 집을 해오고, 여자가 살림을 채운다"는 공식. 2026년인 지금, 이 공식은 과연 공평할까요?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 오래된 거래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속도가 다른 두 세상
과거 부모 세대에게 '집'과 '혼수'는 어느 정도 가격 균형이 맞는 교환일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자산 시장의 폭등은 이 저울을 망가뜨렸습니다.
- 혼수(가전/가구): 기술 경쟁으로 인해 가격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완만하거나,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 주택(부동산): 근로 소득만으로는 따라잡기 힘들 만큼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전통적인 공식을 따를 경우, 신랑 측(혹은 아들을 둔 부모)이 감당해야 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결혼정보회사의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신혼부부의 주택 마련 비용은 전체 결혼 비용의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반반 결혼'이 트렌드라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주거 해결의 부담은 여전히 남성 쪽에 쏠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한 책임 vs 유한 책임
이러한 경제적 구조는 부모 세대에게 자녀의 성별을 철저히 '비용'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듭니다.
딸을 시집보내는 비용은 예산 범위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상한선이 있는 지출'에 가깝습니다. 반면, 아들을 장가보내는 비용은 집값이 얼마나 오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예측 불가능한 지출'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은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미친 듯이 오르는 집값 앞에서, 자녀의 결혼을 위해 노후 자금까지 헐어야 하는 부모 세대의 공포가 만들어낸 지극히 현실적인 비명입니다.
아들은 집, 딸은 혼수. 이 낡은 공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아들은 부모에게 영원히 '가장 무거운 청구서'로 남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