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통계가 말하는 3가지 진실
어느덧 거리에는 두꺼운 외투가 등장하고, 입김이 하얗게 서리는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달력의 마지막 장을 마주하니 자연스레 지난 1년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연초에 야심 차게 적어 내려갔던 '올해의 목표'들은 안녕한가요? 아마 많은 분의 리스트에 '독서'나 '자기계발' 같은 키워드가 적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치여 미뤄두다 보니, 연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올해가 가기 전에 책 한 권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묵직한 부채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떠한 1년을 보냈을까요?
지난 11월 11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2025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은 48.7%에 그쳤습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은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절반은 읽고, 절반은 읽지 않는 사회. 오늘은 단순한 수치 너머, 독서 통계가 숨기고 있는 진실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평균 7권'이라는 숫자의 함정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7.0권입니다. 언뜻 보면 "그래도 사람들이 두 달에 한 권 정도는 읽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에는 거대한 착시가 숨어 있습니다.
평균 7권이라는 수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나눈 값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독서 인구)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이들의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14.3권으로 훌쩍 뜁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독서량 분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규분포(중간이 볼록한 종 모양)를 그리지 않습니다. 책을 10권 이상 읽는 '다독가'와, 0권을 읽는 '비독서가'로 양극화된 U자형 분포에 가깝습니다.
"국민 평균 7권"이라는 말은, 아무도 대변하지 못하는 공허한 숫자일지도 모릅니다. 현실에는 14권을 읽는 사람과 0권을 읽는 사람이 있을 뿐, 평균치인 7권을 읽는 '보통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책 읽으라는 부모님의 오해
흔히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스마트폰 좀 그만 보고 책 좀 읽어라"라고 꾸중하곤 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영상 매체에 빠져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우려 섞인 기사들도 이런 인식을 부추깁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연령별 독서율을 살펴보면, 10대(13세~19세)의 독서율은 69.8%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습니다. 20대 역시 60.9%로 과반을 넘깁니다. 반면 40대는 58.7%, 50대는 49.3%로 떨어지며, 60세 이상에 이르면 독서율은 30%까지 급락합니다. 독서량 또한 10대는 연간 16.8권인 반면, 60세 이상은 9.9권에 불과합니다.

가장 책을 많이 읽는 세대에게, 책을 멀리하는 세대가 훈수를 두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입시나 학습을 위한 독서가 포함되었을 수 있지만, 활자와 가장 친숙한 세대는 여전히 젊은 층이라는 사실을 통계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독서가 필요한 건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일지도 모릅니다.
부자의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투자'다
"먹고살기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통계는 소득이 높을수록 책을 더 많이, 그리고 '더 목적 있게' 읽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높아질수록 독서 인구 비율은 뚜렷하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무슨 책을 읽는가'입니다. 소득 구간별 독서 선호 분야를 뜯어보면 의미심장한 차이가 발견됩니다. 소득이 높을수록 교양 서적뿐만 아니라 '직업 서적'을 읽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고소득층에게 독서가 단순한 여가나 취미를 넘어, 자신의 직업적 전문성을 강화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투자 행위'임을 시사합니다. 반면 소득이 낮을수록 독서를 순수한 '여가'나 '교양'으로만 접근하거나, 아예 독서 자체를 하지 않는 비중이 높았습니다.
결국 "부자라서 여유가 있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자신의 일을 공부하고 책을 읽었기 때문에 부자가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에게 독서는 휴식이 아니라,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한 가장 가성비 좋은 공부법이었던 셈입니다.
유튜브를 보듯 책을 읽는다면
책이 좋다는 것에 이견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책을 펼치기를 주저할까요? 어쩌면 우리는 독서를 너무 엄숙하게 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이 "유명한 책이니까", "베스트셀러니까", "교양을 위해서" 재미없는 책을 억지로 읽으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영상 콘텐츠를 소비할 때를 떠올려 보십시오.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다가 재미가 없으면 우리는 과감하게 '뒤로 가기'를 누르고 다른 영상을 찾습니다. 그 누구도 재미없는 영상을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시청하지 않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완독해야 한다는 강박, 훌륭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세상에 책은 무수히 많습니다. 베스트셀러가 아니어도, 남들이 추천하지 않아도, 내 눈길을 끄는 쉽고 재밌는 책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읽다가 지루하면 덮어도 괜찮습니다. 독서는 숙제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 올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베스트셀러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나에게 즐거움과 위로를 주었던 책이 있다면 잠시 떠올려 보세요.
- 여러분은 올해 몇 권의 책을 읽으셨나요? '0권'이어도 괜찮고, '100권'이어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책과 함께한 시간의 즐거움일 테니까요.
- 내년에는 어떤 분야의 책을 읽어보고 싶으신가요? 업무를 위한 투자도 좋고, 순수한 재미를 위한 소설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독서 리스트에 새롭게 추가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함께 보기
우리는 ‘정리된 뉴스’가 아닌 ‘조용한 동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웬즈데이터는 데이터가 단지 정보를 넘어,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데이터로 세상을 읽는 웬즈데이터와 함께하세요.
매주 수요일,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 당신 곁에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