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로 독트린은 무엇인가?
역사 교과서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 보통 '미국의 고립주의 외교 노선' 정도로 기억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당시 세계 최약체 중 하나였던 신생 국가 미국의 대담하고도 위태로운 '블러핑(Bluffing)'이 숨어 있습니다.
유럽은 유럽끼리, 우리는 우리끼리
1823년 12월 2일, 미국의 제임스 먼로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폭탄선언을 합니다. 핵심은 간단했습니다.
- "유럽 열강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더 이상 식민지로 만들려 하지 마라."
- "유럽 나라들이 아메리카의 신생 독립국들을 억압하면, 미국에 대한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
- "대신 우리(미국)도 유럽 내부의 전쟁이나 식민지 문제에는 간섭하지 않겠다."
쉽게 말해 "대서양에 선을 그을 테니, 너희는 넘어오지 말고 우리도 안 넘어가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사실은 종이호랑이의 포효였다?
지금의 미국이 이런 말을 했다면 전 세계가 긴장했겠지만, 당시 상황은 달랐습니다. 1823년의 미국은 독립한 지 50년도 채 되지 않은 '약소국'이었습니다. 반면 상대인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러시아는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제국들이었죠.
당시 미국 해군의 힘으로는 대서양을 건너오는 유럽 함대를 막아낼 힘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런 배짱을 부릴 수 있었던 건,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영국이었습니다.
당시 영국은 남미 시장을 노리고 있었기에, 스페인이나 프랑스가 다시 남미를 식민지화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미국은 영국의 압도적인 해군력이 유럽 열강을 견제해 줄 것이라는 계산 하에 숟가락을 얹은 셈입니다.
방어막에서 앞마당으로
초기의 먼로 독트린은 "제발 우리를 내버려 달라"는 생존을 위한 방어 논리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미국이 힘을 키우자, 이 선언의 의미는 변질되기 시작합니다.
"유럽은 들어오지 마라"는 말은 곧 "아메리카 대륙은 미국의 관리 하에 있다"는 패권 선언으로 바뀌었습니다. 이후 미국이 멕시코 전쟁을 일으키거나 남미 정치에 개입할 때, 먼로 독트린은 가장 강력한 명분이 되었습니다.
약소국의 생존 비명으로 시작해, 훗날 초강대국의 패권 논리가 되어버린 외교적 유산. 그것이 바로 먼로 독트린의 진짜 얼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