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의 비율은 몇대몇이 적당할까?

워라밸의 비율은 몇대몇이 적당할까?
Photo by Elena Mozhvilo / Unsplash

어느덧 2월의 마지막 수요일입니다. 달콤했던 연휴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빽빽한 업무 루틴이 다시 우리의 일상을 빈틈없이 채웠습니다. 3월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목전에 둔 지금, 숨 가쁜 하루 속에서 문득 '밸런스'를 생각합니다.

"일주일에 4일만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

일과 삶, 이 두 가지의 균형은 과연 몇 대 몇이 적당할까요? 50 대 50이면 완벽한 걸까요? 본격적인 레이스가 다시 시작된 이 시점, 웬즈데이터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나누고 있던 시간의 저울을 다시 한번 달아보려 합니다.


7 대 3의 세계, 사라진 나

우리가 워라밸을 갈망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한국인의 하루는 꽤 팍팍한 숫자로 채워져 있습니다. 수면과 식사 등 생존을 위한 '필수시간'은 11시간 13분. 이를 제외하고 남은 시간은 일과 이동, 가사노동으로 채워지는 '의무시간'(8시간 55분)과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여가시간'(3시간 53분)으로 나뉩니다.

비율로 따지면 약 7 대 3입니다. 깨어 있는 시간의 70%는 해야만 하는 일에 쏟고, 오직 30%만이 나를 위해 남습니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우리는 늘 '시간이 없다'는 결핍에 시달립니다.


워크(Work), 타인을 위한 시간의 교환

그렇다면 우리가 그토록 줄이고 싶어 하는 '워크'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직장인에게 업무 시간은 나의 노동력과 시간을 회사라는 타인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교환의 과정입니다. 자영업자나 CEO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고객이나 클라이언트라는 타인을 위해 내 시간을 쓰는 것이니까요.

'워크'가 힘들게 느껴지는 건 단순히 일이 고되어서가 아니라, 그 시간의 주도권이 나에게 없기 때문입니다. 타인을 위해 쓰이는 7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보상심리로 남은 3의 시간에 더 큰 기대를 걸게 됩니다.


라이프(Life), 진정한 나를 위한 시간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그토록 사수해 낸 3시간 53분의 '라이프'는 어떻게 채워지고 있을까요?

같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여가 시간의 절반 이상인 2시간 1분을 미디어 이용에 쓰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보거나, OTT 시리즈를 몰아보거나, SNS 피드를 넘기는 시간들입니다.

물론 휴식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물어볼 필요는 있습니다. 스크린 속 타인의 삶을 구경하는 것이 과연 내가 원했던 주체적인 '라이프'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일터에서 소진된 에너지를 억지로 채워 넣기 위한 '수동적인 회복'을 '라이프'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워크가 타인을 위한 희생이고, 라이프가 그 희생에 대한 진통제 역할만 한다면, 5 대 5의 물리적 균형을 맞춘들 근본적인 갈증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수동적인 쳇바퀴를 끊어내고 '시간의 주도권'을 되찾을 방법은 없는 걸까요?


하루의 강박에서 벗어나, 인생의 타임라인으로

그 해답은 어쩌면 '시간을 재는 눈금'을 바꾸는 데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늘 워라밸을 하루 24시간, 혹은 일주일 단위로만 쪼개어 계산하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매일매일 '내 시간이 부족하다'는 조급함에 쫓기게 되죠.

유병욱 작가의 책 <인생의 해상도>는 여기서 시각을 완전히 비틀어버립니다. "워라밸을 연 단위로 보면 어떨까?"

저자는 '생각의 성장판'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합니다. 키가 크는 시기에 성장판이 확 열리는 것처럼, 일의 근육이 붙고 역량이 폭발적으로 자라나는 시기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죠.

관점을 하루에서 '몇 년' 단위로 넓혀보는 겁니다. 그러면 지금의 고단한 몰입은 더 이상 타인(회사)에게 일방적으로 빼앗기는 시간이 아닙니다. 훗날 더 단단해진 역량으로 완벽한 주도권과 여유로운 '라이프'를 누리기 위해, 나 스스로 선택한 '성장의 파종기'가 됩니다.

물리적인 시간을 기계적으로 쪼개는 대신, 내 인생의 긴 타임라인 위에서 지금이 어떤 시기인지 선명하게 감각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매일의 수동적인 피로감을 깨부술 가장 확실한 밸런스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워라밸, 칼로 자르듯 나눌 수 있는 문제일까요?

  • 당신의 워라밸 측정 단위는 무엇인가요? 매일 저녁 6시의 퇴근인가요, 아니면 3년, 5년 뒤 더 단단해져 있을 내 모습인가요?
  • 일과 삶은 정말 적대적인 관계일까요? 일하는 시간을 '버리는 시간'으로, 쉬는 시간을 '보상받는 시간'으로만 규정한다면 우리는 평생 하루의 절반을 불행하게 보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50 대 50의 기계적인 균형보다는, 일과 삶이 서로를 지탱하며 100의 시너지를 내는 '워라블(Work-Life Blending)'의 삶. 이번 한 주는 그런 조화를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구독자 이벤트 🎁

오늘 소개한 '연 단위의 워라밸'은 유병욱 작가의 책 <인생의 해상도>에 담긴 통찰입니다.

똑같은 하루도 유독 충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작가는 이를 '해상도 높은 삶'이라 부릅니다. 진정한 밸런스는 시간의 기계적인 배분을 넘어, 지금 내게 주어진 일상을 얼마나 선명하게 감각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무뎌진 일상의 선명도를 1픽셀 올려줄 나만의 시선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세요.

알에이치코리아(RHK) 출판사의 지원으로 구독자 세 분께 책을 선물합니다.

  • 참여 방법: 댓글창에 감상이나 기대평 남기기
  • 기간: 2월 25일(수) ~ 3월 3일(화)
  • 당첨 선물: 도서 <인생의 해상도> (3명)
  • 당첨자 발표: 3월 4일(수), 당첨자 개별 이메일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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