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같은 신입을 찾습니다: AI와 지역 노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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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같은 신입을 찾습니다: AI와 지역 노동시장
Photo by Immo Wegmann / Unsplash

신입 채용 공고에 '경력 우대'가 붙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신입을 뽑는다면서 경험부터 묻는 공고 앞에서, 사회초년생이 들어 온 조언은 대개 하나였습니다. 일단 기회가 많은 서울로 가라는 것.

이 조언에는 근거가 있었습니다. 수도권은 전국 일자리의 절반(51.1%)을 품은 곳이고, 새로운 산업도 대개 이곳에서 먼저 자랐습니다. AI라는 새 기술이 일자리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는 지금도, 이 조언은 여전히 유효할까요.

한국은행 조사국 연구진이 이달 중순 내놓은 BOK 이슈노트 「AI와 지역 노동시장」은 이 질문에 답할 단서를 줍니다. 직업마다 AI가 대신하거나 거들 수 있는 정도, 곧 'AI 노출도'를 매기고, 노출도가 높은 일자리가 어디에서, 누구에게서 늘고 줄었는지를 따라간 자료입니다.

  • AI 고노출 일자리 증가분 중 수도권 비중 80.8%
  • AI 고노출 일자리의 20대 취업자, 수도권에서도 감소
  • 비수도권 20대의 수도권 이동 연평균 7.1만 명

AI 고노출 일자리 증가분 중 수도권 비중 80.8%

생성형 AI가 퍼진 뒤, AI 노출도가 높은 일자리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습니다. 정보통신 전문가, 기획·영업·인사 사무직처럼 문서와 정보를 다루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그 증가분의 열 개 중 여덟 개(80.8%)가 수도권에서 생겼습니다. 원래 몫인 절반을 훌쩍 넘는 쏠림입니다. 연구진은 확산 초기의 징후일 뿐 AI가 일자리를 늘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입니다.

연구진이 꼽는 배경은 AI를 실제로 쓰는 회사가 서울에 몰려 있다는 점입니다. AI를 활용하는 기업의 비율이 서울은 지방 대도시 평균의 두 배가 넘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일단 서울로'라는 조언은 AI 시대에 더 맞는 말이 된 것처럼 보입니다.


AI 고노출 일자리의 20대 취업자, 수도권에서도 감소

그런데 같은 일자리를 20대로 좁혀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AI 노출도가 높은 일자리에서 20대 취업자는 수도권에서도, 비수도권에서도 함께 줄었습니다. 전 연령으로는 수도권이 크게 늘린 바로 그 자리에서, 20대의 몫은 서울에서도 줄어든 것입니다. 청년 일자리에서 수도권의 우위 자체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업이 사람을 덜 찾게 된 것도 아닙니다. 수도권 기업들은 이 일자리에서 여전히 비수도권보다 사람이 모자란다고 답했고, 일의 흐름 전체를 맡기는 에이전틱 AI 쪽에서는 임금이 먼저 오를 조짐도 보였습니다. 자리는 있고 사람은 모자란데, 신입이 들어갈 틈은 좁아진 셈입니다.

연구진은 기업이 찾는 사람이 달라졌다고 봅니다.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일, 흔히 신입이 가장 먼저 맡던 일의 수요는 줄고, 경험과 전문성, 일을 관리하는 역량을 요구하는 자리가 남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식서비스업 안에서는 전문가 비중이 늘고, 회계·상담·접수 같은 사무직 비중은 줄어드는 쪽으로 직업 구성이 바뀌고 있습니다.


비수도권 20대의 수도권 이동 연평균 7.1만 명

그래도 청년들은 올라갑니다. 지난 서른 해 동안 비수도권의 20대는 한 해도 빠짐없이 수도권으로 향했고, 그 수는 해마다 평균 7.1만 명이었습니다. 20대 취업자 가운데 수도권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중은 늘 전 연령보다 높았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청년을 움직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의 양과 질입니다. 기회가 많은 곳에서 시작해야 경험도 쌓인다는 계산이지요. 하지만 연구진의 진단은 이 계산의 전제를 흔듭니다. 기업이 원하는 역량은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이 갖추기 어려운 것이고, 대학 교육은 여전히 지식을 쌓는 데 머물러 있어 수도권 대학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서울이라는 주소는 기회의 수를 늘려 줄 수는 있어도, 사다리의 첫 칸까지 놓아 주지는 않습니다. AI 시대에 가장 먼저 좁아지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첫 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경력을 쌓으려면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려면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오래된 역설은 AI 시대에 더 날카로워지고 있습니다. 신입이 일을 배우던 단순한 업무가 먼저 줄고 있고, 그 빈자리는 주소를 옮기는 것만으로 메워지지 않습니다.

한편 연구진이 인용한 해외 연구에는 눈여겨볼 대목도 있습니다. AI를 도입한 상담 업무에서 숙련도가 낮은 사람일수록 생산성이 더 크게 올랐다는 것입니다. 신입의 자리를 좁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이 동시에 경험 없는 사람을 가장 빨리 키워 주는 도구일 수 있다면, 첫 경력을 쌓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첫 일자리의 문턱이 '경력'이 되어 가는 시장에서, 그 첫 경력은 어디에서 쌓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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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글은 한국은행 조사국 김보성·정민수·정유정·장수빈 연구진이 2026년 9월 15일에 발표한 BOK 이슈노트 <AI와 지역 노동시장 - 지역간 격차 확대 위험과 새로운 기회>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해당 자료의 내용은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가 아닌 집필자 개인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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