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의 날, 지구를 위한 식탁
“비건은 풀만 먹는 사람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11월 1일 ‘세계 비건의 날’이 지닌 의미는 단순히 식습관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먹는 한 끼가, 기후의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지금 지구의 온도를 움직이는 건, 어쩌면 우리가 매일 선택하는 식탁일지도 모릅니다.
기후는 식탁에서 시작된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말할 때 사람들은 보통 공장, 자동차, 항공기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농식품(agrifood) 시스템 전체가 인류 온실가스 배출의 약 31%를 차지하며(2020년 기준), 그중 축산 부문은 약 12~20%로 추정됩니다. 이는 교통 부문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 중심에는 ‘소’가 있습니다. 반추동물의 소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CH₄)은 이산화탄소보다 27~30배 강력합니다(IPCC AR6 기준). 소 한 마리는 하루에 250~500리터의 메탄을 배출하며, 이 배출은 온난화를 가속하는 주요 요인입니다.
기후위기의 숫자는 공장 굴뚝만이 아니라, 식탁 위에서도 시작됩니다.
숲이 사라진 자리에는 소가 있다
축산업의 영향은 공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지구의 땅과 숲, 물의 흐름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전 세계 농지의 77%가 가축을 먹이기 위한 사료 재배나 방목용으로 쓰이지만, 인류가 이 땅에서 얻는 열량은 전체의 18%에 불과합니다. 효율로만 따지면, 우리는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식량을 생산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결과 숲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의 약 80%가 축산업과 관련된 토지 개간 때문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열대우림은 지구의 탄소를 흡수하는 거대한 저장고이지만, 지금은 소가 방목되는 들판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가 사라질 때마다 그만큼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되돌아가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온난화가 이어집니다.
지구의 허파는 오늘도 우리의 점심을 위해 베어지고 있습니다.
식탁 위에도 가격이 있다
기후위기의 또 다른 얼굴은 ‘물’입니다. 소고기 한 근(600g)을 생산하는 데에는 평균 9,240리터의 물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이 하루 2리터씩 마신다면 12년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입니다.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라시〉는 이 사실을 감각적으로 보여줍니다. 한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 약 2,5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는 장면입니다. 영화 속 내레이션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마시는 물을 아끼는 것보다, 우리가 먹는 걸 바꾸는 게 훨씬 더 큰 변화를 만든다."

물 절약의 시작은 수도꼭지가 아니라 식탁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는 단지 물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먹는 방식은 에너지 소비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소고기 한 근을 생산할 때 평균 36kg CO₂e가 배출됩니다. 이는 승용차로 200~330km를 주행할 때의 배출량과 비슷합니다(국내 차량 평균 107~181g/km 기준). 한 사람의 저녁 식탁이, 자동차 한 대의 하루 주행 거리와 맞먹는 배출을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한 끼’는 생각보다 훨씬 멀리까지 이동하고,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합니다.
선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모두가 비건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비건 식단이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해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주에 한두 끼 고기를 덜 먹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의 선택만으로도, 개인의 연간 탄소배출량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습니다.
작은 변화이지만, 이런 선택이 모이면 사회 전체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식탁의 수요가 바뀌면 유통과 생산이 바뀌고, 결국 산업의 기준도 달라집니다. 완벽한 비건이 되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내리는 선택 하나가 환경에 남기는 흔적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비건은 금욕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결국, 그 선택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 우리가 매일 먹는 식탁이, 지구의 기온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 비건은 ‘풀만 먹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고민하는 사람들’ 아닐까요?
- 맛과 지구의 미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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