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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는 언제 시작됐을까?

양적완화는 언제 시작됐을까?
Photo by Bet_noire / Getty Images

지금은 너무 익숙해진 말,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하지만 이 정책이 등장한 건 불과 20여 년 전의 일입니다. 2001년, 일본은행(BOJ)은 금리를 사실상 0%까지 낮췄음에도 경기 침체가 끝나지 않자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금리라는 수단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자, 돈의 양 자체를 늘리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자금을 풀고, 은행의 준비금을 늘려 유동성을 직접 공급했죠. 이것이 세계 최초의 양적완화였습니다.

당시 일본은 부동산·주식 버블 붕괴 이후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었고, ‘돈이 돌지 않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앙은행이 직접 시장에 개입했습니다. 그러나 물가는 좀처럼 오르지 않았고, 경기는 여전히 정체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정책은 금리 중심의 통화정책이 가진 한계를 드러낸 첫 실험으로 기록됐습니다.

7년 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미국 연준(Fed)은 일본의 방식을 훨씬 큰 규모로 실행에 옮깁니다.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며 시중의 돈을 대량으로 풀었고, 금융기관의 부실을 막기 위해 유동성을 직접 공급했습니다. 위기를 막기 위한 이 조치는 세계 시장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앞다퉈 돈을 찍어냈고, 양적완화는 전 세계의 새로운 표준 정책이 되었습니다.

비상조치는 어느새 일상이 되었습니다. 돈이 풀릴 때 시장은 안도했고, 줄이려 하면 불안에 떨었습니다. 2001년 일본에서 시작된 이 실험은 이제 세계 경제의 구조가 되었고, 우리가 살아가는 ‘유동성의 시대’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