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서울이어야만 할까
서울 집중과 지방 소멸.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말입니다. 하지만 최근 20년간의 인구이동 데이터를 보면, 이 흐름은 단순한 일시적 경향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를 규정해온 기반임을 보여줍니다.
지난주 발행된 통계청의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24년까지 19~34세 청년층은 단 한 해도 빠짐없이 수도권으로 순유입되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교육 기회를 좇아, 청년의 선택은 꾸준히 수도권이었습니다. 그 선택은 개인의 삶을 넘어, 한국 사회의 미래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여전히 서울을 선택하고 있을까요?
서울, 성장을 끌어올린 힘
청년들이 서울을 선택하는 건 단지 취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통계청의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수출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수도권 집중은 기업, 인재, 물류, 연구개발이 한데 모인 집적경제 효과를 만들어내며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렸습니다. 수도권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성장의 무대로 작동해왔습니다.

더 많은 기업, 더 다양한 교육과 경력 자원이 몰려 있는 수도권은 청년들에게 생존의 합리적 선택지입니다. 하지만 이 집중이 만들어낸 무게 중심은 다른 지역의 기반을 점점 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의 성장이 다른 곳의 침식을 동반하고 있다면, 그 대가는 어디에서 드러날까요?
서울 집중은 확실한 성장의 힘이었지만, 그만큼의 부담을 지역에 전가해왔습니다.
청년이 빠져나간 지역의 미래
청년층의 유입은 서울에 힘을 주지만, 동시에 지방을 허약하게 만듭니다. 한국은행의 「인구변화가 지역별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에서는 청년층의 인구 이동이 지역 간 경제활동인구 격차를 빠르게 확대시키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40년대에는 일부 지방 자치단체에서 노동공급 공백이 상시화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보고서는 특히 청년층의 이동이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 노동시장 기반 자체가 취약해질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이는 단지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역에서 돌봄, 제조, 의료, 서비스 산업을 유지할 사람이 없어지는 것. 청년의 수도권 집중은 결국 지방의 경제활동 기반을 무너뜨리고, 그 충격은 다시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흔들게 됩니다.
청년의 서울 집중은 곧 지방의 노동공백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격차가 심화될수록, 단기 성장의 중심인 수도권이 떠안아야 할 과밀 비용 또한 함께 커져갑니다.
세종의 한계, 해외의 전략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시도도 없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세종시입니다. 정부 부처와 행정기관의 지방 이전을 통해 새로운 중심을 만들고자 했지만, 세종의 주말은 여전히 고요합니다. 일자리는 있었지만, 삶의 기반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거, 교육, 문화, 커뮤니티. 이 모든 요소가 결여된 도시는 일터는 될 수 있어도 삶터는 될 수 없었습니다.
반면 프랑스는 파리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행정기관과 함께 대학, 연구기관, 문화시설까지 리옹·스트라스부르 등에 분산시켰습니다. 독일은 라이프치히, 뮌헨, 슈투트가르트 등 중규모 거점 도시를 교육·산업·문화가 결합된 복합 생태계로 키워냈습니다. 예컨대 라이프치히는 2000년대 초반까지 인구 감소 도시였지만, 문화예술 중심의 도시 재생과 스타트업 유치를 통해 독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2021년 한 해에만 1만 5천 명 이상이 순유입되며, 도시 인구는 반등 추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단순합니다. 사람은 단지 일자리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교육, 문화, 주거, 커뮤니티, 그리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을 때 도시가 선택됩니다.
삶의 질 없는 분산은 실패합니다. 서울 밖에서도 살 이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 서울을 선택한 게 아니라, 서울밖에 없었던 건 아닐까요?
그 질문을 바꾸는 일에서, 다음 가능성은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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