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사는 슬로 시티(Slow City)

Share
느리게 사는 슬로 시티(Slow City)
Photo by Krzysztof Niewolny / Unsplash

속도를 경쟁력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일부 도시들은 오히려 속도를 늦추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슬로 시티(Slow City)’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슬로 시티는 1999년 이탈리아의 소도시 오르비에토(Orvieto)에서 시작된 국제 운동입니다. 당시 시장들은 ‘더 빨라야 발전한다’는 인식에 의문을 던졌습니다. 그들은 대신 ‘지역의 시간’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인구 5만 명 이하의 도시들이 모여, 빠른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삶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 운동은 단순히 속도를 늦추자는 구호가 아닙니다. 도시가 일상의 리듬을 다시 설계하는 실험입니다. 슬로 시티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지역 농산물 사용, 전통 보존, 소음 감소, 걷기 중심의 교통 체계 등 70여 개의 세부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자동차 대신 사람의 속도에 맞춘 도시,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지역 상점이 중심이 되는 구조를 추구합니다.

현재 슬로 시티 네트워크에는 전 세계 280개 이상의 도시가 가입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전남 담양, 경기 남양주, 충북 제천 등이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 지역들은 교통 속도를 낮추고, 대형 유통 대신 지역 시장을 활성화하며, 주민의 여가와 생활 만족도를 도시 경쟁력의 척도로 삼고 있습니다.

OECD의 자료에 따르면 삶의 만족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평균 근로시간이 짧고, 여가시간이 긴 경향을 보입니다. 슬로 시티가 지향하는 ‘속도의 전환’은 결국 인간의 행복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속도를 늦추는 것이 비효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조건임을 보여줍니다.

효율을 앞세운 사회에서 멈춘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멈춤이 쌓이면 도시의 리듬이 바뀌고, 사람들의 삶도 달라집니다. 슬로 시티는 그 변화를 구조로 만든 도시입니다.

Read more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올해 월급이 깎였다: 2026년 8월 사업체노동력조사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올해 월급이 깎였다: 2026년 8월 사업체노동력조사

* 2026년 7월 직장인 평균 월급은 431만 6천 원으로 1년 전보다 2.5% 올랐습니다. * 물가는 2.8% 올라, 물가를 감안한 실질임금은 넉 달 연속 줄었습니다. * 직장인 열에 여덟이 일하는 300인 미만 사업장은 1.7% 오르는 데 그쳐, 올해 들어 한 분기도 물가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평균이 올랐다는 말은, 물가를 빼고 보면 열에

경력 같은 신입을 찾습니다: AI와 지역 노동시장

경력 같은 신입을 찾습니다: AI와 지역 노동시장

신입 채용 공고에 '경력 우대'가 붙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신입을 뽑는다면서 경험부터 묻는 공고 앞에서, 사회초년생이 들어 온 조언은 대개 하나였습니다. 일단 기회가 많은 서울로 가라는 것. 이 조언에는 근거가 있었습니다. 수도권은 전국 일자리의 절반(51.1%)을 품은 곳이고, 새로운 산업도 대개 이곳에서 먼저 자랐습니다.

AI 노출도, 학력과 소득이 높을수록 높다

AI 노출도, 학력과 소득이 높을수록 높다

AI의 영향은 저숙련 일자리에 먼저 닥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 조사국 연구진이 AI 종류별로 노출도를 계산해 보니, 글을 쓰고 일을 처리하는 AI는 오히려 학력과 소득이 높은 쪽에 더 가까웠습니다. 소득부터 보면,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 모두 임금이 높을수록 노출도가 올라갔습니다. 에이전틱 AI는 특히 임금 상위 20% 구간에서 두드러지게 높았습니다. 학력도

전방배치기술자(FDE)란? AI 시대에 주목받는 새 직업

전방배치기술자(FDE)란? AI 시대에 주목받는 새 직업

전방배치기술자(FDE, Forward Deployed Engineer)는 고객사 현장에 직접 들어가 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입니다. 본사에서 제품을 만들어 넘기는 대신 고객의 공장에 상주하면서, 현장의 노하우를 AI 제품에 녹여 넣고 AI 기술이 실제 업무에 자리 잡도록 양쪽을 잇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름에 '전방'이 붙은 건 개발자가 본사가 아니라 현장이라는 최전선에 배치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