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끈은 가장 긴데, 배움은 왜 가장 짧을까: OECD 교육지표 2026

지난 한 해 강의나 연수를 받은 한국 직장인은 열 명 중 두 명도 안 됩니다. 청년 열에 일곱이 대학을 나온 나라인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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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끈은 길고 배움은 짧다. OECD 30개국의 청년 고등교육 이수율(가로축)과 직장인 교육·훈련 참여율(세로축) 산점도. 한국은 이수율 71%로 가장 높고 참여율 16%로 가장 낮아 오른쪽 아래에 홀로 떨어져 있다.
청년 열에 일곱이 대학을 나온 한국은, 일하면서 교육이나 훈련을 받는 사람이 조사한 OECD 나라 가운데 가장 적습니다.

수능을 치르던 열아홉의 겨울, 학점과 토익 점수를 쌓던 스물셋의 여름을 지나 회사에 들어오면, 무언가를 배우려고 책상 앞에 앉는 일이 이상하게 뚝 끊깁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던 이 공백은 숫자로도 드러납니다. 청년 열에 일곱이 대학을 나온 한국에서, 지난 한 해 강의나 연수를 받은 직장인은 열 명 중 두 명도 안 돼 조사한 나라 가운데 가장 적었습니다.

누구보다 오래 공부한 세대가 졸업장을 받은 뒤로는 가장 먼저 책을 덮고 있는 셈입니다.


졸업장은 이제 모두가 함께 서는 출발선이 됐다

열에 일곱이 가진 졸업장은 월급에 생각만큼 큰 차이를 만들어 주지 못합니다. 4년제 대학을 나온 25~34세는 같은 나이의 고졸보다 14% 더 버는데, OECD 평균 3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당신의 입사 동기들을 떠올려 보면, 졸업장이 서로를 가르는 기준이 된 적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OECD는 한국처럼 대학 졸업자가 많은 나라에서는 기초 역량이 모두 낮은 어른 넷 중 한 명 이상이 대졸자라며, 졸업장이 어른이 된 뒤의 실력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졸업장이 모두의 출발선이 된 지금, 우리를 서로 다르게 만드는 건 그 선을 넘은 뒤에 무엇을 쌓아 가느냐입니다.


한국에서 배움은 졸업장을 받는 해부터 멈춘다

배움이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라면, 갓 졸업한 사람들은 아직 무언가를 배우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학을 나온 지 5년이 안 된 25~34세 가운데 지난 한 해 교육이나 훈련을 받은 사람은 18%로, OECD 평균 64%와는 거리가 멉니다. 한국에서 배움은 서서히 식을 틈도 없이, 졸업장을 받는 그해부터 거의 멈춰 버리는 셈입니다.

왜 그럴까요? OECD는 한국의 긴 노동시간을 이유 중 하나로 들면서도, 그것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학을 나온 한국 어른 셋 중 둘은 지난 한 해 배우지도 않았고 배우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고 답했는데, OECD 평균의 두 배에 이르는 비율입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공부는 늘 시험과 한 묶음이어서, 시험이 사라지자 공부할 이유도 함께 흐려진 건지도 모릅니다. 퇴근하고 지친 저녁에 책을 펴지 못했다면, 그건 당신 혼자만의 사정이 아닙니다.


한 번 시작한 배움은 다음 배움을 부른다

그렇다고 대학을 많이 가는 나라에서 배움이 멈추는 게 당연한 일은 아닙니다. 청년 열에 일곱 가까이가 대학을 나온 캐나다와 아일랜드에서는 직장인 셋 중 둘이 지난 한 해 무언가를 배웠고, 이수율이 한국과 비슷한 일본도 절반 가까이가 배웠습니다.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배움이 배움을 부른다'는 말로, 최근에 무언가를 배운 사람일수록 다음 배움을 이어 간다는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한 번 배워 본 사람에게는 자신감과 의욕이 붙고, 함께 배우는 사람들도 곁에 생기기 때문입니다. 올해 당신이 무언가 하나를 배우기 시작했다면, 그 한 번이 다음 배움의 문을 열어 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우리는 열여섯 해를 학교에서 보냈고, 앞으로 일할 날은 서른 해 넘게 남아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만 무언가를 배워도 서른 해면 1,500시간이 넘는데, 대학 강의실에서 3년 남짓 보낸 시간과 맞먹는 양입니다. 졸업장을 한 장 더 받는 것보다, 그 시간을 어디에 쓰느냐가 앞으로의 우리를 더 많이 바꿔 놓을지도 모릅니다.

배움이 졸업장 뒤로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는지는 내년 봄에 첫 신호가 나옵니다. 3월 말 발표될 「2026년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실태조사」에서 성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이 올봄의 34.3%보다 오르면 배움의 문이 조금 넓어진 것이고, 제자리라면 배움을 다시 여는 일은 여전히 각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가장 오래 공부한 세대가 지쳐서, 혹은 시험이 없어서 책을 덮게 되는 사회라면, 그건 개인의 의지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졸업한 뒤에도 배움이 이어지려면, 우리의 일터와 저녁에는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요?


숫자의 출처

  • 원문: OECD, <Education at a Glance 2026: OECD Indicators>, 2026년 9월 29일 발표
  • 함께 본 자료: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6 결과 발표>, 2026년 9월 29일
  • 교육·훈련 참여율: 2023년 성인역량조사(PIAAC)에서 지난 1년 동안 학위 과정이 아닌 교육이나 훈련을 받았다고 답한 비율. 직장인은 25~44세 취업자 기준(표 A5.2, p.159), '졸업한 지 5년이 안 된 25~34세'는 표 A5.1(p.158), '배우지도 않았고 배우고 싶지도 않았다'는 Figure A5.6(p.152). 차트의 벨기에·영국은 플랑드르·잉글랜드, 호주는 자국 조사(2020/21년) 값
  • 고등교육 이수율: 25~34세 인구 가운데 전문대 이상 학력을 가진 비율, 2025년 (표 A1.3, p.86)
  • 상대임금: 1년 내내 전일제로 일한 근로자의 임금을 같은 나이 고졸자 100으로 놓고 비교한 값, 2024년. 본문의 14%는 25~34세 학사 졸업자 기준(표 A4.1, p.139)
  • 어림한 값: '대학 강의실에서 3년 남짓'은 졸업 130학점에 학점당 15시간을 곱한 1,950시간을 기준으로, 일주일 1시간씩 서른 해의 1,560시간을 환산한 것
  • 판정 지표: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실태조사」, 매년 3월 말 발표. 2025년 참여율 34.3%는 2026년 3월 발표치
  • 관련 글: 9월 30일 '경력 같은 신입을 찾습니다' — AI 시대에 신입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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