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갈까: 2024년 소득이동통계

100명 중 56명. 2017년 소득 상위 20%였던 사람 가운데 7년 내내 그 자리를 지킨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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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소득 상위 20%였던 100명 가운데 그해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상위 20%에 머문 사람: 2017년 100명, 2018년 87명, 2019년 80명, 2020년 73명, 2021년 68명, 2022년 64명, 2023년 60명, 2024년 56명
2017년 소득 상위 20%였던 100명 가운데 7년 내내 그 자리를 지킨 사람은 56명이었습니다. 자리는 생각보다 자주 바뀝니다. 다만 바뀌는 사람이 해마다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고,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지났다고도 합니다. 둘 다 한번 정해진 자리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지난주 국가데이터처가 내놓은 2024년 소득이동통계는 같은 사람 약 1,100만 명의 소득을 2017년부터 해마다 따라가며, 소득 순서대로 나눈 다섯 칸 사이를 누가 오갔는지 셉니다.

우리의 자리는 정말 그렇게 굳어 있을까요?


꼭대기도 바닥도, 자리는 생각보다 자주 바뀐다

한 해 동안 일해서 번 돈이 상위 20%에 드는 꼭대기 칸은 가장 오래 머무는 자리인데도, 7년이 지나자 100명 가운데 44명이 적어도 한 번은 그 자리를 내려왔습니다. 바닥 칸은 훨씬 빨리 비워져서, 2년 안에 절반 가까이가 위 칸으로 올라섰고 7년 뒤까지 내내 남은 사람은 넷 중 하나였습니다.

젊을수록 더 빨리 떠났습니다. 한 해 번 돈을 모두 더해 줄을 세우다 보니 몇 달만 일한 사람이나 막 일을 시작한 사회초년생도 바닥에 서는데, 이들은 일한 날이 쌓이면서 대부분 위로 올라갑니다. 청년에게 바닥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출발선이었습니다. 부자라고 계속 부자로 살지도, 바닥에 섰다고 계속 거기 머물지도 않는 셈입니다.


다만 자리를 옮기는 사람은 해마다 줄고 있다

한 해 사이 다른 칸으로 옮긴 사람은 셋 중 하나꼴인데, 이 비율은 처음 잰 2017년 이후 거의 해마다 줄어 지금이 가장 낮습니다. 오르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함께 줄었고, 바닥 칸을 벗어나는 사람은 4년째 줄었으며, 꼭대기와 바닥에 그대로 머문 사람은 늘었습니다.

줄어든 폭은 한 해에 1%p 남짓이라 작아 보입니다. 그런데 두 해 모두 일해서 번 돈이 있는 사람이 2,850만 명이라, 지난해만 해도 30만 명 넘는 사람이 한 해 전이었다면 옮겼을 칸에 그대로 머문 셈입니다. 사다리는 아직 움직이지만, 해마다 조금씩 느려지고 있습니다.

느려지는 사다리가 마음에 걸리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닥에서 첫해를 보낸 사람은 셋 중 하나가 이듬해 위로 올라섰지만, 일곱 해를 내리 머문 사람 가운데서는 열에 하나도 올라서지 못했습니다. 한 자리에 머문 해가 길수록 떠나기는 어려워지니, 덜 움직이는 해가 쌓일수록 오래 머무는 사람도 함께 늘어나게 됩니다.


왜 느려지고 있을까?

원문은 이유를 말하지 않습니다. 짐작할 만한 것 하나는 나이입니다. 청년은 열에 넷이 한 해 사이 칸을 옮기지만 노년은 넷 중 하나만 옮기는데, 한국은 나이 든 사람이 해마다 늘고 있으니 전체 평균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통계에서는 청년·중장년·노년 모든 나이대에서 움직임이 줄었고, 위로 오르는 비율은 청년에게서 가장 많이 줄었습니다.

나이 든 사람이 늘어서라고만 하기에는 설명이 모자랍니다. 이 통계가 세는 것은 일해서 번 돈뿐이라, 집과 주식과 물려받은 재산은 처음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일터가 달라진 것인지, 자리 자체가 굳어 가는 것인지 이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모든 나이대에서 함께 느려졌다는 것, 지금 확실한 건 그것뿐입니다. 답은 아직 비어 있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올해 당신의 자리가 바뀔 가능성은 셋 중 하나입니다. 서른 안팎이고 지금 바닥 칸에 서 있다면 열에 넷은 한 해 안에 위 칸으로 올라서는데, 그 가능성은 머무는 해마다 줄어들고 해마다 조금씩 더 줄고 있습니다. 지금 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가능성이 가장 큰 해는 올해입니다.

사다리는 끊기지 않았습니다. 다만 해마다 조금씩 느려지고 있고, 왜 느려지는지는 아직 아무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 통계가 재려는 것은 '기회의 평등'입니다. 느려지는 사다리를 다시 움직이게 하려면, 우리는 먼저 무엇부터 물어야 할까요?


숫자의 출처

  • 원문: 국가데이터처, <2024년 소득이동통계 결과>, 2026년 10월 29일 발표
  • 지속 비율: 2017~2024년 해마다 소득이 있던 사람 가운데 2017년 상위(하위) 20%였던 사람이 그해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같은 칸에 머문 비율. 상위 20%는 2018~2024년 87.4·79.5·73.1·68.1·63.7·59.8·56.0%, 하위 20%는 67.5·51.7·41.8·35.2·30.7·27.5·24.9%(26쪽). 리드 차트의 사람 수는 상위 20% 값을 반올림한 것
  • 머문 해에 따라 그해 떠난 비율: 원문의 '증감률'로, 전년까지 머문 사람 가운데 그해 칸을 떠난 사람의 비율이다. 하위 20%는 2018년 32.5%에서 2024년 9.4%로, 상위 20%는 12.6%에서 6.4%로 줄었다(26쪽)
  • 나이별: 2024년 하위 20% 지속 비율은 15~39세 9.8%, 40~64세 33.3%, 65세 이상 78.6%(27쪽, 나이는 2017년 기준)이고, 보조 차트는 이 값을 100에서 뺀 것이다. 2023→2024년 소득이동성은 15~39세 39.3%, 40~64세 30.4%, 65세 이상 24.4%로 모두 줄었고 상향 이동은 15~39세가 -0.6%p로 가장 많이 줄었다(17쪽). 15~39세의 하위 20% 탈출률은 37.7%(24쪽)
  • 소득이동성: 두 해 모두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사람(2,850만 명) 가운데 한 해 사이 소득 칸을 옮긴 비율. 2017→2018년 35.8%에서 2023→2024년 33.0%(상향 16.9%·하향 16.1%)로 줄어 처음 잰 이후 가장 낮다. 상향 이동은 모든 칸에서 줄었고, 상·하위 20%에 머문 비율은 86.5%·70.7%로 0.6%p씩 늘었다(2·8·11~13·23쪽)
  • 하위 20% 탈출률: 한 해 사이 하위 20%를 벗어난 비율로 2019→2020년 32.2%에서 2023→2024년 29.3%까지 4년 연속 줄었다(2·23쪽)
  • 어림한 값: '44명'은 100에서 56.0을 뺀 것, '2년 안에 절반 가까이'는 100에서 51.7을 뺀 48.3, '30만 명 넘는'은 소득이동성 감소폭 1.2%p에 2,850만 명을 곱한 약 34만 명
  • 소득의 범위: 국세청 자료의 세전 근로·사업소득이며 재산소득과 연금 같은 이전소득은 들어가지 않는다(일러두기). 하위 칸에 있다고 곧 빈곤층은 아니고, 일해서 번 돈만 센 이유는 '기회의 평등'을 재기 위해서다(123쪽)
  • 관련 글: 9월 23일 28세에 흑자, 61세에 다시 적자 — 나이에 따라 버는 돈과 쓰는 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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